Drawing toward the world ● 근 몇 년간 수많은 전시를 통해 드로잉은 동시대 예술로서 각광받고 있다.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날것의 단상들을 포착하던 습작과 같던 과거의 드로잉은 현대에 와서 사고의 유연함과 형식적 느슨함으로 타 장르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자체로 완결된 매체로 인정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개인전과 기획전들을 통해 다양한 드로잉들이 선보여졌으며, 미술관, 드로잉센터의 대형 전시를 통해 드로잉의 현 지점을 점검해보고, 매체적인 가능성을 논해보는 자리도 마련된 바 있다.
지금의 드로잉은 손으로 선을 그려내는 드로잉뿐만 아니라 오브제, 사진, 건축, 디지털, 디자인, 글 등의 다양한 매체들을 흡수하며 형식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내용면에서도 개인과 일상에 대한 미시적 관점과 세상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두루 함의하며 다각적인 시각을 가진다. 이렇듯 드로잉은 이미 동시대의 문화 속에 걸쳐 있으나, 이에 대해 논해보려 했을 시에는 형식적이 되기 십상이다. 드로잉을 하는 수많은 개인 작가와 그에 내포된 수 만개의 단상들로부터 세상과의 접점 사이에는 간극이 제 각각이며, 다양한 맥락으로 걸쳐있기에 타 매체처럼 한 데 묶어지지가 않는 난점이 있다.
이런 시점에서 서울드로잉클럽이 등장한 것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매체의 성격상 홀로 작업을 하는 이들이 많은 드로잉 작가에게는 타 작가들과의 교류의 장이 구지 제도권을 통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드로잉을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며, 관객에게는 전시 외에 출판, 웹사이트 그리고 앞으로 도모될 일들을 통해 드로잉을 좀 더 수월하게 유연한 태도로 만나게 될 것이다. 서울드로잉클럽은 8명의 작가로 서울에서 시작되었으나 몇 년 후 수백명의 작가가 전 세계에 걸쳐 형성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뉴욕드로잉클럽, 도쿄드로잉클럽, 케냐드로잉클럽과 만나 순회전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서울드로잉클럽이 도모한 작은 일들이 드로잉과 세상 사이에서 또 다른 접점이 되어 굵고 긴 가지들로 마구 뻗어나가길 바란다. ■ 심소미
■ Seoul Drawing Club
서울드로잉클럽은 드로잉을 다양한 삶의 공간 속에서 실천하려는 소규모 활동 모임이다. 기존의 전시 활동뿐만 아니라 드로잉북 출판과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경계 없이 드로잉을 만나고, 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드로잉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