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내용
이번 전시는 그동안 갤러리조선에서 전시를 가졌던 모든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들을 한 번에 펼쳐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동안 수많은 생각과 하나의 체계가 만나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은연중에 작품 감상의 폭이 강제됐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가 만들어지면서 실험되는 경험 전반을 연출하고 관리하게 되는 제도를 지우고, 70여명의 작가 개개인이 순차적으로 만들어내는 다른 작품들과의 관계, 공간의 연출, 우연이라는 효과를 비롯해 작가와 작가, 작품과 작품 사이의 충돌과 섞임 등 한 공간 안에서의 밀접한 관계망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결과 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상황에 따라 논의 되지 않은 작가들의 자율적 의지에 맡겨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때 만들어내는 우연성에 주목해야만 할 것이며, 전체적으로는 갤러리 전시의 특성 및 경향 한마디로 갤러리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의 구성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도했던 작품, 전시를 위해 준비했지만 걸리지 못했던 작품, 작품제작 과정의 흔적, 다시 보여주고 싶은 작품, 앞으로의 작업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거나 이번 전시를 위해 구상한 작품, 에스키스, 드로잉, b급사진 등등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이 각기 다른 작가의 작품들과 관계를 맺는다. 참여하는 작가는 주어진 설치기간동안 자신의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는데, 이때 다른 작가의 작품들과의 관계와 공간의 구조 등을 고려하고 고민하면서 설치하게 된다.
작가들은 갤러리공간을 파악하고 적응하며 공간과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전시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공간을 보고 자신의 작업을 구상하거나 혹은 완성된 작품을 공간에 어울리게 구성한다. 그렇게 작가와 작품, 그리고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관계망들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 전시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전시를 위해 전시공간과 관계 맺고 공간을 구성하고, 작품과 그것이 놓이는 공간을 컨트롤한다는 것을 비롯해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상태와 그것을 구성하는 각종 장치와 형식, 제도들 내에서 전시가 이뤄져 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조합을 끊임없이 만들어 냈으며, 상호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시대정신의 범위를 경계 짓거나 확장하거나 서로 공유된 방식들을 수없이 추구해왔다. 다만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롭게 시도되고 있는 공간의 유형학적 접근들이 형식화로 인해 식상함을 느끼고 단지, 이 안에 무엇이 있다고 강요하는 일련의 상황에서, 그러한 식상함을 벗고자 지금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작가들의 차가운 시선들을 조금 더 끄집어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다양한 사유방식이 주제와 상관없이 작품만으로 제시되고, 작품들의 구성과 배치 등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공간과 작품, 서로 다른 작품들 간의 논리적, 이성적인 연관관계 없이도 서로 이어질 경우, 특별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며 새로운 친밀성 내지는 근접성을 만들어낼 것이다.
결코 그것이 참신하고 새롭게 고안해낸 유형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 갤러리조선사회적 삶 속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낯선 경험으로부터의 자각, 군중심리, 내면의 은밀함과 욕망 등은 언제나 일상의 우리들에게 다채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게 만들며, 거기에 전시장의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