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SOSFO)에서 운영하는 소마미술관(올림픽공원 내)은 오는 2월 15일부터 3월 18일까지 소마드로잉센터 개관전 2부 “막긋기”展을 개최합니다. 본 전시는 소마드로잉센터 개관전 1부 “잘긋기”展에 이어 마련된 2부 드로잉전시로, 현대 드로잉의 두드러진 경향을 키워드로 하여 젊은 작가들의 자유로우면서도 기발하고 날카로운 생각과 현대의 다양한 매체들의 결합이 이루어내는 드로잉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막’이란 바로 지금, 거침없이 세차게 쏟아내는 에너지, 반복적으로 이루어내는 행위 등을 연상시키며, ‘막’ 그어대는 작가들의 거칠고 자유로운 손끝에서 살아 꿈틀대는 삶과 예술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긋기’, 즉 드로잉이란, 작업을 위한 발상에서 실천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는 부끄러운 미숙함과 고통스런 실패도 있고, 때론 놀라운 발견과 감동스런 깨달음도 있다. 소위 모더니즘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라면 응당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꺼려지는 일이 작업의 과정을 보여주는 일이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작품 이면에는 수없이 고치고 연습하면서 고뇌한 흔적들이 남곤 한다. 그 흔적들이 곧 과정이며 곧 작가의 삶 그 자체이다. 이 흔적들이 이제 당당히 작업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의 작가들은 설령 남들이 미숙하다 유치하다고 평가할지언정 사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은밀하고 예민한 부분까지 건드리는 작업을 서슴지 않고 세상에 내어 놓는다. 확실히 사고의 큰 변화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미술이 더 이상 미(美)를 논하지 않으므로 해서 보다 넓은 영역을 포섭하게 되었다고 해도 큰 비약은 아닐 것이다. 텍스트만으로도 예술이 되는 세상 아닌가. 이제 웅장한 대서사시가 되어야할 필요는 없다. 일상의 순간들과 생각의 편린들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과 함께 형성된 드로잉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막긋기’는 최근 드로잉적 작업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두드러진 경향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제시하였다.
인물+풍경 ● 〈인물+풍경〉은 꾸준한 소재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습과 풍광이기 보다는 생경하고 편하지 않은 화면이다. 정적이지만 마음 한 편을 찌르고 긁어대는 뭔가가 감지된다. 이러한 불편함은 곧 현실의 투영에서 비롯되며,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과 관객이 바라보는 화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낙서 ● 〈낙서〉는 막간을 이용한 끼적거림, 형식적인 치레를 입히지 않은 것, 중심에 떳떳이 위치하지 못하고 들쑥날쑥 가장자리를 차지한 것, 공개할 수 없는 껄끄러움 등이 연상된다. 일상의 모습과 생각들을 거르지 않고 담아내는 드로잉의 소박함이 묻어난다.
오브제-수집 ● <오브제-수집>은 작가들이 콜렉터의 입장에서 바라본 오브제들이 가공에 의하여 재탄생되는 기본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수집’ 공간은 다분히 작가들의 주관적인 안목과 정서를 바탕으로 드로잉을 “가벼운 재치 또는 일상 속 발견”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오브제로 구현될 수 있는 가능성, 유쾌함, 모호한 장소성(non-place)을 보여줌으로서 드로잉 장르의 영역을 넓혀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브제-기록 ● 〈오브제-기록〉은 ‘수집’의 공간이 작가의 미시적, 주관적인 입장이었다면, ‘기록’의 공간은 다소 거시적,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시선은 일상보다는 사회적 현상에 맞추어져 다양한 탈 조형어법의 작품들로 구성되는 혼재된 장소를 느낄 수 있다.
생명, 환타지 ● 〈생명, 환타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적 관점에 있어서 우월개념을 떠난 거시와 미시의 차이는 있으나, 생명과 환타지, 무한한 함축적 에너지에 대한 탐구에서 그 아우라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자가번식이 가능할 것 같은 치열한 긋기, 일상공간 안에 툭 던져놓은 듯 무심한 긋기, 천공 속에 유유히 떠있는 초월적 긋기가 의외의 소통을 이룬다.
빛, 인터렉티브 ● 〈빛, 인터렉티브〉에서 선적인 의미로서 빛은 매우 교묘한 드로잉 도구이며, 상황에 따라 반응하며 달리 변하는 ‘인터렉티브(interactive)’ 아트는 유연한 드로잉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