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순간_스르르

 

Nameless Moment_Srrr

 

이승현展 / LEESEUNGHYUN / 李升鉉 / painting 

 

2022_0401 ▶ 2022_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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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_무명의 순간 12_캔버스에 혼합재료_80.5×100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 월,화요일 휴관

 

페이지룸8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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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pageroom8.com

 

 

무의식과 의식으로의 경로에서 "스르르" ● PAGEROOM8(페이지룸8) [페이지룸에잇]은 이승현 작가의 개인전, 『무명의 순간_스르르(Nameless Moment_Srrr』를 4월 1일부터 4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획자의 관점에서 현재 중요한 기점이 되는 작품 한 점에서 시작하여 작품 세계를 되짚어 보는 '이 작품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이승현 작가의 개인전 『Beyond』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 이승현 작가의 자율적인 드로잉은 공식적으로 2004년 첫 개인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가 종이와 펜 하나로 그리는 드로잉은 처음에는 무의식의 산물로 여겨지면서 '미확인 생명체', '몬스터' 등 보는 이들에 의해 호명되고 규정되었다. 반면 2014년 『반상 변이』를 기점으로 작가의 통제가 느껴지는 기작이 등장한다. 단, 바둑판에 드로잉으로 생성되는 형상들을 경쟁시키는 전체적인 틀은 보였지만, 격자 위에 존재하는 형상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이후 2019년 개인전 『Beyond』에서 비정형 드로잉에 대한 실마리가 던져진다. 일상의 사실적인 풍경과 작가만의 드로잉이 유기적으로 얽히며 오버랩되어 있는 모습이었고, 시각적 이미지와 시각으로 인지되기 전 단계의 이미지가 혼재된 듯한 형상이었다. ● 기획자가 2019년 개인전 『Beyond』당시, 가장 의미 있게 본 작품은 「Cube 06」이다. 이 작품은 총 9점의 시리즈 작품 중 하나이며, '큐브 속의 큐브'라는 형태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마치 큐브가 증식되고 있는 모습은 작가 스스로 이 드로잉을 통제하려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자동기술적인 신체적인 행위 역시 의식 체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기록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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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_무명의 순간 13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5×162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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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_무명의 순간 11_캔버스에 혼합재료_45.5×53cm_2022

 

이번 신작 '무명의 순간_스르르' 시리즈는 제작 과정이 좀 더 과감해졌다.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사진으로 취한 확실한 이미지를 직접 캔버스에 그려 '본다'라는 행위를 개입시킨다. 이것을 특별한 미디엄으로 이미지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모두 덮어 가린다. 그 위에 아크릴 펜으로 작가만의 시그니처 드로잉을 그리는 양식을 도입했다. 이 제작 형식은 작가가 '통제자'로서 드로잉의 제작 전반에 대한 순서와 공식을 설정하고, 이것을 마치 시연하듯 우리에게 보여준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무의식과 의식의 틈새를 비집고 통찰한 중요한 사실은 '본다'는 행위에 수반되는 무수히 많은 감각들은 "무명의 순간"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감각의 과정에서 생성된 것들 역시 무명(無名)인 상태일 수밖에 없다. 이 상태를 끄집어 낸 것이 바로 "스르르"이다. 시각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발달되고 예민한 감각이다. 보통 물체에서 나온 빛이 망막에 맺히는데 100만 개의 신경세포 다발이 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인간의 시신경을 통해 물체의 형태가 인지되는 것이다. 이승현 작가의 "무명의 순간_스르르"는 눈으로 어떤 형태를 인지하기까지 걸리는 규정되지 않은 순간을 기록하여 그 생리학적인 기작을 예술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망막과 시신경의 이동 경로에서 이미지로서 존재하기 이전에 그 구조에 형상이 붙으며 생성되어가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규정되지 않고 비정형으로 일관되는 이승현 작가의 작품 속 형상들을 작가가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캔버스'라는 이미지 틀을 만들어 그 위에 얹혀놓음으로써, 작가 스스로 이 선(線)으로 일군 드로잉들을 어떻게 현존시켜야 할지에 대한 물음이자 방법적 단서였을지도 모른다. 이승현 작가는 「무명의 순간_스르르」 작품들을 통해 더 이상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 미지의 생명체로 이해되는 것에 대한 확대 해석을 잠식시키고, 작가의 통제와 감독 하에 "스르르" 하고 존재하는 하나의 그림으로써 제안하는 태도를 볼 수 있다. ■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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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_무명의 순간 09_캔버스에 혼합재료_45.5×53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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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_무명의 순간 08_캔버스에 혼합재료_53×45.5cm_2022

 

무명의 순간_스르르 (Nameless moment_Srrr) ● 무언가 즐비하게 눈앞에 어른거린다. 크고 작은 무언가가 움직임 없이 놓여 있기도, 한순간 사라지기도, 어떤 변화의 힘을 품고 있는 양 웅크리며 기회를 엿보기도,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 일까? 견고한 외형은 어느새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시작된다. 끊어질 듯, 연결될 듯, 표면을 따라 시선이 흐른다. 제각기 생명성이 있는 듯 기묘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 ●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며 무엇이라 명명하기 전에는 변화 없이 고요히 흘러간다. 거부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 무엇이라 인식한 순간, 무거운 문을 끊임없이 열며 지나가는 일상이다. 이젠 익숙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낯선 곳이고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다. 옥죄는 시간 속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내 앞에 펼쳐진 장면을 바라본다. ●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수많은 이미지의 연속이다. 무심히 한 장면을 이미지로 인식할 때, 완전한 형상으로 여기기 바로 직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이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의 연속이라면 그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는 어떤 이미지 생성의 과정이 작동할까? 그럼 응축한 시간을 벌리고 펼쳐보자.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현재와 새로이 인식하며 맞이하는 현재 사이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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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_Cube 06_종이에 연필_56×41.5cm_2019

 

그 사이는 찰나의 시간이며 그곳에는 무한의 공간이 펼쳐진다. 경험한 이미지와 새로운 의식의 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의 힘으로 연결된다. 이미지는 크고 작은 맥락으로 포장되어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색을 칠하며 장면을 그리고 이를 감쌌던 맥락의 포장이 서서히 벗겨질 때까지 반복해서 미디엄을 바른다. 그렇게 나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찰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이루는 표면 안으로 들어간다. 맥락에서 벗어나 명명되지 않은 무명의 순간으로 얽힘 없이 스르르 미끄러진다.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전의 시간이며 동시에 다음 프레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다. 잔상처럼 남은 이미지는 과거의 장면이 되고 이 흔적을 조건 삼아 반응하며 현재를 준비하는 드로잉을 시작한다. ● 무명의 공간은 이미지가 구축되기 전의 공간이다. 나는 여기서 무언가 시작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쫓는다. 직조하듯 선이 쌓이기도 하고 파편으로 떠다니기도 한다. 일정하지 않은 규칙과 패턴으로 호흡하며 율동의 리듬을 만든다. 결과물을 미리 예상하거나 정하지 않으며 이미지 잔상에 반응하며 생성의 과정이 일어난다. 종료점이 없는 순환하는 진행의 과정이다. 순간적으로 작동한 인식의 과정을 따라가는 추적의 드로잉을 시작한다. (2022) ■ 이승현

 

 


 

Lee Seung Hyun "Nameless Moment_Srrr"

 

 

 

작가 이승현입니다.

 

이번 작업은

인식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겁니다.

 

한 장면을 이미지로 인식하기 바로 직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매 순간이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의 연속이라면,

그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는 이미지가 형성되기 전의 공간일 겁니다.

 

저는 그 공간으로 들어가 무언가 시작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선이 쌓이기도 하고 파편처럼 떠다니기도 하고,

그러다가 일정치 않은 규칙과 패턴으로 율동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결과물은 알 수 없고 미리 정하지도 않죠.

종료 지점 없이 순환하는 과정의 드로잉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인식하는 현재와

다가올 현재 사이의 장면을 바라보게 됩니다.

 

I'm an artist, Lee Seung Hyun.

This work is about an imperceivable space.

It starts from a question. What happens in that instant, albeit briefly, just before a scene is perceived as an image?

If every instant is a continuation of a perceivable frame, the space between each of them will be at a state prior to the formation of an image.

I step into the space, sense the beginning of something, and end up following the stream.

Lines are stacked floating as fragments, then inconsistent rules and patterns create rhythmic movements.

The outcome cannot be known, nor do I decide ahead of time. The drawing is done in a process of circulation without an endpoint.

As such, we face the in-between of the present we perceive and the present yet to ar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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