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현대화된 허수아비, 설치, 2010> |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아르코미술관과 옛 문화예술위원회 건물. 대학로의 이웃한 건물 두 곳에서 나란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여러 매체의 작업들이 서로 섞이고 소통하는 모습이 닮은 전시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노마딕 파티' = 문화예술위가 운영하는 아르코미술관에서는 7일부터 '노마딕 파티'가 열린다.
우슬라 스탈더 <유럽과 한국의 만남, 설치, 3mx4m, 2010>(아르코미술관 제공) |
다국적 작가 공동체인 '나인 드래곤 헤즈'와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제목처럼 '노마드'(nomad.유목민) 성격을 지닌 세계 14개국의 작가 26명이 아르코미술관을 무대로 벌이는 '파티' 같은 전시다. '소통'과 '협업'을 통해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섞여들어 간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출신인 유진 한센은 전시장을 포함해 주변의 소리를 채집해 사운드 작업으로 구현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17명으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가 열기구를 타며 움직이는 장면을 담은 필 대드슨의 사운드 퍼포먼스 영상이 상영된다.
두 작품에서 나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스위스 작가 막스 뷰헬만이 높이 1.5m 나무합판 우주선 위에서 펼치는 퍼포먼스의 배경 음악이 된다. 또 퍼포먼스 현장 뒤에는 이승택의 설치 작품이 무대 배경처럼 자리를 잡았다.
'노마드' 작가들은 전시 중간 실크로드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둔황과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을 경유해 톈산산맥에 이르기까지 실제 유목민들의 이동가옥인 '파오'에서 생활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경험을 다시 작품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재남의 '뱃속의 풍경' 연작 중 한 점. |
미술관 앞 마로니에 공원도 전시 공간의 일부가 됐다. 스위스 작가 수잔 뮬러는 미술관 정면의 외벽에 낚싯대를 이용해 카메라를 달았다. 카메라가 바람에 흔들리며 찍은 미술관 주변의 풍경은 전시실 통로에 생중계된다. 또 미국 작가 가브리엘 애덤스는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제조 기계를 이용해 마로니에 공원을 찾는 사람들과 미술관 관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시는 7일부터 9월5일까지. ☎02-760-4850~2.
◇옛 문화예술위 건물도 전시장으로 = 아르코 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옛 문화예술위원회 건물도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문화예술위가 지난 4월 구로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는 건물을 보고 기획자 겸 작가인 채지영씨가 아이디어를 내 전시장으로 꾸민 것으로, 건물 속 곳곳에 16명 작가의 작품들이 자리 잡았다.
이승현의 작품(채지영씨 제공) |
김재남은 건물 곳곳의 모습을 하얀 풍선과 함께 사진으로 찍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말풍선처럼 사진 속에 등장하는 흰 풍선은 오래된 건물이 간직한 사연을 상상해 보게 한다.
윤주희는 전시 참여작가들로부터 받은 종이와 가위, 신발 등으로 방 하나를 채웠다.
작품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작업들도 곳곳에 있다. 이승현은 다른 작가의 전시 공간을 포함해 여기저기에 미확인 생명체들을 그려넣었고 군데군데 놓인 작은 이끼들은 김자림의 설치 작업이다.
1931년 건축가 박길룡의 설계로 지어져 경성제국대학 본관으로 쓰였던 유서깊은 건물 내부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전시장은 전시가 끝나는 14일 이후 공사에 들어가 커뮤니티룸과 컨설팅 센터, 회의장 등 예술인 지원과 소통 기능에 초점을 맞춘 '예술가의 집'으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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