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화면 위에 그려진 작품들은 얼핏 말라비틀어진 고목 같기도 하고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동물이나 식물, 곤충들의 집합체 같기도 하다. 처음 보는 이들은 "대체 이게 뭐지?" 하며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그림을 주시하게 된다.
우민아트센터가 10번째 프로젝트 카페우민으로 '이승현 전'을 열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전형적인 드로잉에서 상당히 벗어난 느낌을 준다.
서양 미술사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는 명화 이미지를 기이한 생명체의 번식으로 채우고 있는 작품 'Masterpiece virus'를 비롯해 자유로운 선들의 무한 반복으로 우연히 만들어지고 증식되는 '미확인(crypto) 생명체' 등이 카페우민의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다.
'미확인(crypto) 생명체'는 반복되고 중첩되는 선의 반복이 농담과 명암을 나타내고 그를 통해 탄생한 우연적 형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상은 인접한 다른 형상과 연결되면서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일련의 구상성을 갖춘다. 작가 자신조차 그 생명체가 어떤 형태와 방향으로 확장될지 모른다.
'Masterpiece virus'는 서양 명화 이미지를 장지와 먹이라는 동양화의 재료로 변형시킴으로써 오는 간극이, 낯설고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미확인 생명체를 통해 기존 명화들을 덮어가거나 해체시킴으로써 이미지를 바꾸고 혹은 안으로부터 분해시킨다.
각 부분 부분은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돼 있지만 그 부분들이 모여 만드는 형태는 딱히 무엇이라고 규정하기가 애매하다.
분명 화면에는 실재하지만 실제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렇게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하며 확인되지 않은 대상들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선이 이승현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카페우민의 전시에서 선뵈고 있는 'Masterpiece virus'가 어떤 명화의 이미지를 차용했는지를 알아맞히는 재미도 쏠쏠하다. 힌트는 프랑스 화가 마네의 1863년 작.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며 앞서 15일 오후 4시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출처: http://www.ccdailynews.com/sub_read.html?uid=32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