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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후원 /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SEOUL ART SPACE_GEUMCHEON
서울 금천구 범안로15길 57(독산동 333-7번지)
Tel. +82.(0)2.807.4800
www.facebook.com/seoulartspace.geumcheon
blog.naver.com/sas_g
geumcheon.blogspot.com
언젠가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걸음은 늘 투박한 쇠굽을 달고 있어 걸을 때마다 바닥이 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년 모월 모일 신기 시작한 내 몸에 맞는 신발의 가벼운 걸음은 시간이 지날 수록 닳지 않는 쇠굽과도 같았다. 쇠굽을 달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쇠굽의 마디는 점점 굵어지고 그만큼 머리의 하얀 새치는 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고 다니던 쇠굽 달린 신발을 벗어버리고 잠깐 쉬면 어떨까!? 의지를 버리는 것도 아니고 쇠굽을 지탱해 오던 오른손의 수고를 좀 덜어 줄 수 있게 말이지. 오른손이 쉴 동안 머리를 떠받들던 왼손을 좀 써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왼손도 한 몸인 걸. 왼손은 오른손보다 능숙하지 않지만 동쪽이 아닌 서쪽을 먼저 바라보게 하니 다른 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쇠굽을 지탱해 오던 오른손을 잠시 쉬게 하고 얼굴을 받들던 왼손과 왼쪽 눈으로부터 낯설게 시작해 보는 것, 한 몸에서 다른 손짓과 바라봄의 감각을 달리하는 것이 이 전시가 갖는 유희이다. 단단한 돌맹이처럼 자리의 깊이를 만들고 오랜 시간에 조금씩 조금씩 몸집을 만들어 가는 작가들이다. 도드라지기보다는 천천히 겹을 이루려는 이들이다. 어떤 날은 고단한 시간이었고 어떤 날은 버티듯 지내 왔으며 어떤 날은 전사처럼 눈을 가리고 앞을 향하였고 이젠 어디엔가 도달함을 능숙하게 만들어 낸 작가들이 모였다. 이들과 함께 오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오른손의 수고로움을 잠시 묻어 두고 왼손이 갖는 어설프지만 유기적이고 익숙하지만 낯선 중얼거림과도 같은 전시를 만들어 보려 한다. ■ 임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