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eung-hyun - Virus Drawing
By Park Young-Taek
The floating lines, as if sliding along papers or walls, form peculiar creatures sometimes reminiscent of familiar shapes we may have seen before. The interplay of aimless and self-sufficient lines make his works feel like an unexpected game where ambiguous images repeatedly appear and disappear. Unlike in the production of his previous works, these paintings, similar to the processes’ of reproduction and creation for different animal species, are randomly created at the point where consciousness disappears and stem from numerous growing points after repeated associations with no predictable direction.(extract from artist statement)
Lee's drawings, which show images that have been erased and redrawn, present us with something unique that is only possible to be seen in this moment. Fleeting images that have been created within the realm of the mind and imagination become visible for a short while before disappearing again. Including the traces and temporal passages of his body, his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and his own physical efforts, Lee leaves everything to the perishing journey of lines, as if cherishing the enjoyment of useless labor.
His journey continues with the help of ink and pen on the limited space of paper, spreading like ivy leaves on walls. The viewer feels compelled to trace and follow the contours of the lines. It is an experience of a dark, confusing space or labyrinth where there is no distinction between the center and outside. The images show peculiar, disgusting, and unknown creatures that are difficult to describe upon first sight and are therefore only readable from up-close or far-distanced perspectives. As such, they are both recognizable and unrecognizable at the same time.
Lee's drawings are categorized into two main sections. The first one is called Masterpiece Virus, which is full of the proliferation of weird creatures while at the same time depicts images of various masterpieces from throughout Western art history. Through the process of deconstruction and decomposition by viruses of the learned and well-known images of these masterpieces, Lee reveals his critical and satirical views against the existing aesthetic culture that is so deeply centered on Western thought, often seen as the authority in art history. The second section of his work consists of drawings completed with free-flowing lines forming strange, unknown creatures. With representational forms like animals, insects, or plants, the lines delineate all kinds of forms and images, often self-indulging, narcissistic, and autistic. The extremely abstract lines wander around and fill up the given space like a nomad. Rather than being complete and independent images, they exist together, creating indefinite and incomplete moments in the process. The lines delineated and painted upon paper or walls spread out with no specific intention and lead to the formation of various contours in combination with other lines. Unexpected events occurring in the traces of the hand's movements repeat this persistent process. It recalls a virus expanding its territory by nibbling away and burrowing through a canvas. The parasitic creatures on the skin, in spite of originally being the results of his unconsciousness, are strictly defined as the intertwined forms of things within Lee's consciousness, thus his painting is full of unpredictable outbursts of these contrasting forms. It is a painting incessantly continued along various connections and disconnections. In each moment, the artist attempts an exploration of his unconscious realm through both conscious and unconscious means. Therefore, Lee is sometimes certain and sometimes uncertain about what he paints.
“The fragments of hidden images secretively form and grow up into strange creatures at the border between the conscious and the unconscious. They are randomly created at the point where consciousness disappears and stem from numerous growing points after repeated associations with no predictable direction.” (extract from artist statement)
Lee states that he has the experience of becoming a creator or shaman himself while infusing this type of grotesque intensity into the images he depicts by hand. These experiences, through which he is able visualize new departures not existing in the world, bring him a feeling of bliss and freedom and offer a birth of a new physical body and mind that are not suppressed or confined under any existing system. Lee amuses himself with these fun explorations through the strenuous and sometimes reckless labor of painting. Lee reminds me of the current portrait of the art world that is struggling with the boredom of its own activities and labors. Considering his work reaffirms that only an intense devotion and immersion into the act of painting can be a desirable snapshot of today’s contemporary art.
Park Young-Taek works as a professor of
이승현- 바이러스 드로잉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종이나 벽의 피부위로 미끄러지듯이 유영하는 선들은 기이한 생명체를 형성하기도 하고 문득 우리 눈에 기시감을 주는 형태를 연상시키면서 빠져나간다. 그것은 목적 없는 충족적인 선의 유희, 혹은 모종의 이미지를 만들다가 지우고 다시 무언가를 연상시키다가 스러지는 이상한 유희와도 같다. 기존의 미술제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 그림은 흡사 생명체의 증식과 새로운 변종들이 파생되어 나가는 형국과 유사하며 “의식이 소멸하는 지점에서 임의적으로 생성되고, 이어달리기 하듯이 반복된 연상 작용이 일어나면서 방향성마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생장점을 통한 증식으로 성장” (작가노트)한다.
이승현의 드로잉은 보여주면서 스스로 지워나가고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을 마냥 선사한다. 마음과 상상의 영역 안에서 불거지고 만들어지다가 스러지고 마는 것들이 불현듯 눈에 다가와 머물다 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이기 이전에 작가의 몸과 의식/무의식의 흐름이자 이동, 시간, 노동의 흔적 들이다, 쓸모없는 노동을 기꺼이 즐기려는 듯, 그 선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하고 기꺼이 그것과 함께 소진되어 나가는 여정 같기도 하다.
그 여정은 한정된 종이위에 먹과 펜으로 또는 기존의 공간 벽 위로 담쟁이처럼 피어오른다. 보는 이들 역시 그 선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것은 중심도 주변도 없이 온통 혼돈의 상황 같은 공간, 그 미궁에 빠지는 체험이다. 한 눈에 명료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가까이 혹은 멀리, 부분적으로 뜯어먹는 시선에 의해 다가오는 이상한 생명체, 징그럽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 우리 눈이 판독하기 어려운 미시적인 또는 언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그려져 있다. 그것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드로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서양미술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명화이미지를 기이한 생명체의 번식으로 채우고 있는 작품(Masterpiece Virus)이다. 명화라는, 학습되고 강제되어 온 이미지 안에 바이러스를 입혀 그것들이 해체되고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서양의 명화에 암묵적으로 스며들어있는 미술사의 권력, 불변의 이념 그리고 서양 중심적 사유에 종속된 우리의 미술문화를 은연중 풍자하고 비판하는 맥락을 지닌다. 두 번째는 미지의 생명체를 자유로이 만들어나가는 드로잉이다. 그것은 마치 동물이나 곤충, 식물의 형태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선이 만들어나가는 온갖 종류의 자취, 이미지들이기도 하다. 그 선은 자기 탐닉적이며 나르시즘적이고 자폐적이다. 선은 지극히 추상적인 것이다, 그 추상적인 선이 모여 노마드적으로 공간을 하염없이 채우고 떠돌아다닌다. 그것은 완결되어 있거나 독립적이라기보다는 미완의 상황성이고 비결정성이자 여전히 생성중인 순간을 안긴다. 종이 위에 혹은 벽면에 선이 그어지고 칠해지고 퍼져나가면 그 선이 자연스레 또 다른 선과 형태감을 만들어나가는 식이다. 손이 가는대로 그려놓은 하나의 흔적으로부터 발생하는 예기치 않는 사건들이 연이어 증식되고 부유한다. 그것은 마치 화면을 갉아먹고 파들어 가며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바이러스 같기도 하다. 피부에 기생하는 이 생명체는 무의식의 소산이지만 엄밀히 말해 작가의 의식 속에 내재된 여러 형상들의 혼재이며 그것들의 느닷없는 분출과 그것을 단서 삼아 다시 무언가를 연상해나가는 그리기이다. 무의식이 기반이 되어 의식적/무의식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그것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되돌리려는 순간순간의 단절과 이음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그런 그리기다.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그리는지 알다가도 모르는 셈이다.
“숨어있던 이미지의 파편들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슬그머니 나타나서 생각지도 못한 기이한 생물의 형상으로 자라가는 것이다... 의식이 소멸하는 지점에서 임의적으로 생성되고 이어달리기 하듯이 연상 작용이 거듭해서 일어나며 방향성마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생장점을 통해 끊임없이 증식하여 가는 작업인 것이다.” (작가노트)
그는 자신의 손과 육체 아래 그 기이한,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를 불러들이고 이를 번식시키면서 스스로 창조자나 주술사가 된 듯한 체험을 만난다고 한다. 기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나가는 이러한 경험은 희열과 자유로움을 안기기도 하고 그것들과 함께 본인의 육체와 마음 역시 이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기존 질서에 길들여지지 않는 새로운 육체와 마음의 증식과 분열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는 그림그리기를 통해, 고단하고 무모한 노동을 통해 그 같은 유희를 누린다. 그 유희와 노동에서 문득 권태와 부단히 싸우는 오늘의 미술이 떠오르고 동시에 그린다는 행위 안으로 침잠하는 몰입과 잠행만이 동시대 미술의 초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