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en Prestige and the Return of the Suppressed
- Seung-hyeon Lee’s “crypto-MUSEUM"
Hye-gyeon Ki – Curator,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Ref.: Monthly Art - September Issue, 2010
The dictionary defines museum as an institution in the service of society and its development, open to the public, which acquires, conserves, researches, communicates and exhibits the tangible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 and its environment for the purposes of education, study and enjoyment. Looking at this definition, we presume that all objects conserved and exhibited in museums are some objects of artistic, cultural, historical, or scientific importance. If we look at Seung-hyeon Lee’s “crypto-MUSEUM” (Gallery Zandari, 7.22~8.29, 2010), the artist seems like he is trying to erase the meaning of museum or use the influence museums have.
All the works in “crypto-MUSEUM” started from a single dot in which lines and figures expanded from. The elegant lines drawn with vermilion ink or black ink generate monstrous creatures. But they are, actually, well-known classic works of distinguished artists. Vermeer’s ‘Girl With A Pearl Earring’ and Picasso’s ‘Guernica’ have turned into strange creatures with all the virus-like lines and figures that seem to be endlessly proliferating. As a result, the image of original classic works still exist and at the same time stops existing. These creatures which now have this disguised ‘prestige’ or ‘influence’ of the classics and are placed in Lee’s sacred, ‘crypto-MUSEUM’.
Lee’s works looks like his own ritual of bringing back the masters who were suppressed or banished from the society during the reign of modernism. He is saying that these masters still deserve the respect, and prestige or maybe he is admitting that the influence or prestige of the classics and museums is no longer there by showing the virus-infected image of the classics.
Whatever his intentions, Lee’s works in “crpyto-MUSEUM” indeed shows that some foreign creatures have taken over our sacred space, disguised in all the prestige of the classics.
전복된 권위 혹은 억압된 것들의 귀환
- 이승현의 “미확인 뮤지엄 crypto-MUSEUM"
기혜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굳이 뮤지엄의 시원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것의 국어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 보존, 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뮤지엄에 소장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상정하게 된다. 뮤지엄이 갖는 이러한 기본적인 함의를 전제하고 이승현의 《미확인 뮤지엄 crypto-MUSEUM》(갤러리 잔다리, 2010. 7. 22~8.29) 을 살펴보면, 어쩌면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뮤지엄의 의미를 무화시키거나 혹은 뮤지엄이 갖는 권위를 이용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확인 뮤지엄”에 걸린 작품들은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여 선으로, 형상으로 증식해 나간 작품들이다. 주묵과 먹을 이용하여 이어져 나가는 유연한 선들은 마치 몬스터와도 같이 공포영화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형상들의 결합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들이다. 그의 작품의 모체가 되는 베르미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나 피카소의 <게리니카>와 같은 명작들은 무한 증식을 통해 주변으로 번져나가는 바이러스와도 같은 점과 선들을 통해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미지의 생명체로 변화해간다. 그 결과 모태가 되었던 명화의 이미지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렇듯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명화의 위장된 권위를 지니게 된 생명체는 작가에 의해 다시금 신성한 공간으로 상정되는 “미확인 뮤지엄”에 놓여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모더니즘 이후 사회로부터 추방되었던 혹은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기는 했지만 드러나지 못했던 억압받던 타자들의 귀환을 위한 “의식”처럼 보인다. 억압받던 것들에게 존중받을 만한 위치를 부여하고자 작가는 아직도 명화의 아우라나 뮤지엄의 권위 같은 것이 남아있다는 전제하에 그것들의 권위를 빌어 드러나지 못했던 존재를 우리 속에 안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작가는 이들의 귀환을 통해 이미 명화나 뮤지엄 따위의 권위는 전복되어버렸음을 이 공간을 점령한 타자들을 통해 드러내 보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느 쪽이든 간에 명화의 이미지를 통해 구현된 생명체로 이루어진 “미확인 뮤지엄”은 일정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나 혹은 우리와 다른 생명체가 우리의 신성한 공간(?) 속에 위장된 권위를 지니고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출전] 월간미술 9월호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