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이야기
박정원 독립큐레이터, 미학
의식과 무의식
이승현 작가의 이번 개인전 《Beyond》는 자신이 그린 드로잉이자 ‘미확인(crypto-) 생명체’를 통해 작가 개인의 인식과 시선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생명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괴물’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승현 작가는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는데, 그는 당시 일단 그리기 시작하면 무의식 상태로 몰입했고, 그리는 형태 역시 직관을 따랐던 작업 태도에 기인한다. 그래서 작가는 미확인 생명체가 완성되고 나서야 자신이 이것을 그렸다는 사실에 대해 자주 생경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이 미확인 생명체를 만들었지만 자신에게 완전히 편입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손끝에서 생성되는 이 생명체를 점차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무의식 상태에서 발현된 미확인 생명체가 무의식 너머에 있던 작가의 어떤 인식 체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로써 작용해왔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 간에 상호작용으로 완성된 미확인 생물체는 현재 작가에게 의식과 무의식, 인식과 본질 사이에 존재하는 것과 그 메커니즘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승현 작가는 15년 가까이 미확인 생명체를 그리면서 패턴화되어버린 자신의 드로잉이자 생명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전시 《반상 변이(盤上變異, 2014)》를 통해 작가의 태도는 본격적으로 달라진다. 작업 과정이 무의식에서 의식의 범위로 전화되는 순간이다. ‘바둑’이라는 구조 안에 생명체를 가두고 서로 대결을 종용한 것이다. 그 당시부터 미확인 생명체의 이동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거대한 시스템의 구조에서 생명체의 죽음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양극단으로 나뉜 승자와 패자만으로 종료될 거라 예상했던 전쟁터에서, 작가는 죽은 생명체들을 한데 모아 ‘B-Shadow’라고 명명함으로써 집단 박제화 하거나 애도를 담은 무덤으로 상징화 시킨다. 그는 죽은 개체를 하나씩 그려 바둑판 위치를 나타내는 일련번호를 달아 독립시키고, 바둑판을 넘어서는 더 큰 구조 체계의 여백을 떠돌게 한다.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시스템이자 역할 모델은 다름 아닌 이승현 작가였다. 그때부터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미확인 동물학(2007)》,《미확인 동물원(2008)》,《Crypto-MUSEUM(2010)》 등 과거 개인전에서 미확인 생명체의 창조자이자 탐구자로서의 자세와는 다른 것이었다.
작품 제목〈181118_170224〉. 2018년 11월 18일, 오후 5시 2분 24초. 이승현 작가가 스튜디오 주변 풍경을 촬영한 날짜와 시간이자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게 구분되는 신작이면서 미확인 생명체가 일상에 진입한 첫 번째 장면이다. 수영장과 쇼핑몰 그리고 빌딩 숲을 그린 드로잉 연작 모두 날짜와 초 단위까지의 기록이 작품 제목이다. 장지에 먹으로 그린 풍경 드로잉 연작은 일상의 모습과 생명체가 구분 없이 하나로 엉켜 있다. 언뜻 미확인 생명체가 일상을 점령한 채 폐허화 되고 있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 로맨서』(1984)에 나온 사이버 공간이자 일상 환경을 지칭하는 ‘매트릭스(matrix)’가 중첩돼 있는 듯하다. 또한 어떤 체계를 빗나간 오류 상태의 세계를 나타낸다고 할지라도, 이 모든 가설의 공통점은 작가의 인식 체계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승현 작가는 관찰자로서 기록하고 의식적으로 감지되는 것들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은 어쩌면 미확인 생명체와 작가의 시공간이 접점을 이루는 상징적인 순간일 수도 있겠다. 미확인 생명체는 공식적으로 2006년 작가의 무의식에서 원점을 찍고 출현하여 자유롭게 세상을 선으로 유영해왔다. 과거 생명체의 모습은 사진으로 찍은 듯 정확하고 선명하게 떠 있었던데 반해, 지금은 그때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명체는 스스로 움직이는 듯 보인다. 심해 생물처럼 숨어 있다가 재빠르게 이동하고 다시 휴지기를 가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장치로 인해 더욱 선명해진다.
큐브 속 큐브
큐브가 등장했다. 이 큐브는 전시장에 직접 마카로 그린 대형 벽화와 연필로 제작한 소품에서 볼 수 있는데, 미확인 생명체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큐브 속에 존재한다. 큐브 안에 갇혀 있기보다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조성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큐브 밖으로 나와 다양한 형상으로 응집하고 분화하면서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속도를 가진다. ‘속도’는 앞으로 이승현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거라 예상한다. 스스로 속력을 낸다는 것은 작가 입장에서 미확인 생명체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고 자립시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정육면체 큐브 장치를 설정한 것은 미확인 생명체가 지각이나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상계와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음을 작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단, 이 모든 상태가 작가의 인식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 과정은 작가 자신의 시각과 인식의 메커니즘을 밝혀 나가는 추적과도 연결된다. 이 시선의 태도와 강도는 매우 차분하다. 미확인 생명체는 큐브를 기준으로 안팎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의식은 무의식의 관계에서 의식이 무의식을 보다 많이 점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큐브 도식 자체가 작가의 인식 체계를 설명하는 기작으로 작용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의 차원에서 미확인 생명체는 큐브로 상징되는 인식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기거하고 있다가 작가의 손을 통해 발현되는 시점에 큐브를 이탈하는 시나리오를 갖는다. 이렇게 한 때 무의식에서 존재한 미확인 생명체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행동 기작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고민은 또 다른 도식에서 드러난다. 큐브 속에 또 다른 작은 큐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미확인 생명체의 미스터리한 생명의 기원과 연결될 수도 있고, 작가가 관찰자로서 지치지 않도록 최후의 보루로 설정해놓은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다.
작가에게 이미 익숙해진 미확인 생명체의 존재는 현재 잠정적으로 작가의 무의식이 아닌 의식 상태에 포섭되어 있는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작가는 관찰자로서 생명체를 보고 있는 이상, 미확인 생명체를 통해 세상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의식적으로 포착하려는 의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추정은 다음의 작품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흑백 원판에 그린 드로잉은 돌아가기도 하고 벽에 부착했을 때 서로 높낮이가 달라 중첩하여 설치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원판이 설치된 한 벽면에 그려진 벽화에서 이 생명체의 사회화 조짐을 목도할 수 있다. 원판 안에 그린 원형 드로잉처럼 벽화 드로잉의 형상 중에 원형 틀 없이 원형의 모습을 따라 탈바꿈한 생명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승현 작가가 원형 틀에 생명체를 그리기 위한 준비 과정은 이미 인식 상태로의 진입 단계이며, 더 이상 무의식 상태에서 미확인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로잉 이전, 즉 의식화 단계를 준비하는 그 이면의 세계에서는 이미 그 틀에 맞춰 형태를 원형으로 만들고 있는 생명체를 보게 된다. 이것은 작가의 인식 구조화에 대한 도식을 보여준다.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작가와 미확인 생명체가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동일한 존재임을 인정한다면, 당시 작가가 가졌던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과정과 상당히 비슷한 지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미지가 인식되는 과정은 무의식만으로는 완전해질 수 없으며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작용 사이에 진통을 겪는 사회화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인간을 둘러싼 미확인 생명체와 미확인 생명체를 둘러싼 인간의 태도는 현재 인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이승현 작가가 확실히 자신이 펜을 쥐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미지의 생명체를 묘사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의 태도가 변화하는 지점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다. 미지의 생명체는 지금도 끊임없는 분화를 거치고 이동하며 진화하고 있다. 본 글에서 시종일관 생명체라고 말하고 있지만 비슷한 종의 시료를 채집하거나 DNA 서열과 같은 분석 가능한 물리적 요소는 전무하다. 이 생명체의 미래에 대한 단서는 오직 백지 앞에 선 작가의 투명하고 날선 평정심에 있다.
앞으로 지금까지 철저하게 타자화된 채 살아온 미확인 생명체는 결국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작가 이승현임을 인정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작가 정신의 이중성을 의식적으로 유지한 채 매번 의식을 원점화하여 새로운 무의식에 도전할 것인가. 그 어떠한 방향이라도 진화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단, 이승현 작가는 이 “진화는 발전과는 다른 개념”임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The Story from the Other Dimension
Jungwon Park, Independent Curator and Aesthetician
The Consciousness and the Subconsciousness
Seung-Hyun Lee’s solo exhibition Beyond is an unmistakable witness to how his attitude towards his cognition and perception has been changing through his drawings – or, the ‘crypto-creatures.' This creature's first appearance dates back to 13 years ago. People at the time called it a ‘monster.' In spite this, Lee did not give a definition for this creature because he enters a subconscious state once he starts drawing, and because in his artistic practice, the shape of his drawings is determined by intuition. Consequently, Lee often felt alienated by the fact that he had drawn this organism, and this realization took place only after he had completed his crypto-creature. Although he had created the crypto-creatures himself, he did not think that they were fully incorporated with him, and gradually accepted that these organisms, albeit born at the tip of his hand, were independent beings. Fascinatingly, this exhibit shows us that the crypto-creatures, while occurring from such depth of the subconsciousness that Lee himself cannot even become aware of, have in fact been functioning as a clue which helps us understand Lee's particular cognitive system that lies beyond the subconscious. The crypto-creature, perfected through the interaction between the consciousness and the subconsciousness, now presents him enigmatic questions: about the existences between the consciousness and the subconsciousness, about those that exist between cognition and essence, and about their mechanisms.
Lee has been drawing crypto-creatures for almost 15 years, and at times felt dissatisfied by the fact that his drawing-creature was conventionalized. The exhibit Bansang Variation (2014) served as a turning point, and his attitude took an abrupt shift; this was the moment when his artistic practice, previously part of the subconsciousness, was transmuted to the realm of consciousness. Lee caged his creatures in the structure of ‘go’ – a board game popular in East Asia – and urged them to fight each other. This decision practically restricted the crypto-creature’s movement. Moreover, the overarching systematic structure decided the life and death of each creature. A battlefield is expected to produce nothing but extremities, of either winners or losers, but Lee brought the dead creatures together and named them B-Shadow, taxidermizing them as a group or symbolizing them into a grave – a place of mourning. He drew the deceased one by one and gave identity by labeling each of them with a go board coordinate, letting them aimlessly wander in the margins of a larger structural system beyond the boundaries of the go board. The system or the role model in charge of the above procedure was none other than Lee himself. And from then on, the story from the other dimension began. This story is distinct from the attitude of his previous solo shows such as Cryptozoology (2007), the Unidentified Zoological Gardens (2008), and Crypto-MUSEUM (2010), during which he regarded himself as the creator and researcher of the crypto-creature.
Take this artwork, for instance, titled 181118_170224. Or, the year 2018, month November, date 18th, and 5 PM 2 minutes 24 seconds. 181118_170224 is the date and time Lee took a photo of his studio’s surroundings, and also serves as the work’s title. Compared to his previous works, 181118_170224 was the most strikingly new, but there was more to it; this was the very first scene where his crypto-creature entered daily life. All works in the series – drawings of swimming pools, malls, and the cityscape of crowded buildings – are titled with a date-time timestamp. Consisting of landscapes drawn with sumi ink on jangji (a type of mulberry paper, heavy in weight), the series presents daily-life scenery and objects arbitrarily mingled with the creatures. At first glance, the crypto-creature seems to have conquered daily life and deteriorating into a ruin together with its captive. William Gibson’s 1984 novel the Neuromancer presented the concept of ‘matrix’, a cyberspace which also serves as the environment of daily life, and this matrix seems to be overlaid on Lee’s drawings. Yet, even if the system shown in the drawing is representative of a misled, erroneous world, all such hypotheses are singularly common in that they all reveal the cognitive system of Lee himself. Lee is making records as an observer and visualizing what he senses through his consciousness. This moment is perhaps a symbolic one, the brief instant where the spacetime of the crypto-creature converges with Lee's spacetime. The crypto-creature, originating from Lee's subconsciousness, made its official debut in 2006 and has since freely swum across the world using lines. In past works, the form of the creature was as definite and sharp as a photo, but now it wears a slightly different look. The creature seems to be moving on its own. Like a deep-sea organism it hides away, moves quickly then enters another phase of rest, and this behavior is rendered more coherent through a newly-introduced device.
A Cube within a Cube
Cubes make an appearance in this show. The cubes can be found in the large pen-drawing mural and the pencil-drawn object, and in these instances, the crypto-creature exists inside a completely transparent, see-through cube. Rather than being trapped inside the cube, the creatures seem to inhabit the space by creating their ecosystem, and more, they step out of the cube and take particular orbits, agglutinating or differentiating into various forms with speed. ‘Speed' is expected to play a critical role in Lee's future works. If the crypto-creature is gaining speed with its strength, this means that Lee has given free will to the creature as well as the power to sustain its existence. Whereas, the act of installing the cube – or the cubic device – may signify that Lee himself is admitting that the crypto-creature exists on another dimension beyond our corporeal realm, isolated from intellectual or sensory experience. Yet again, it is impossible to shake off the thought that all of these occurrences are taking place within Lee's cognitive system.
This procedure also connects to the pursuit of identifying the mechanism of his vision and cognition. The attitude and intensity behind this glance are incredibly calm. The crypto-creatures are trespassing back and forth the boundary set by the cube. However, as to Lee's current relationship between the consciousness and the subconsciousness, it can be sensed that the conscious occupies a larger foothold than the subconscious. This is because the cube diagram suggests its function as an explanatory mechanism that describes Lee's cognitive system. In the realm of cognition, the crypto-creature resides in an undetectable dimension (symbolized by the cube) and the scenario orders it to slip out of the cube when Lee manifests it with his hands. And so on, the crypto-creature, once an existence in the realm of subconsciousness, now reveals its behavioral mechanism according to a stream of consciousness. Lee's dilemma is evidenced by another diagrammatic element. He has drawn a smaller cube inside the larger cube. This perhaps could lead to the mysterious origin of the crypto-creature, or is maybe the last resort ensuring that Lee is not burnt out while performing his task of the observer.
The existence of crypto-creature, already too familiar to Lee, could be seen as a captive of his consciousness rather than the subconsciousness, for the time being at least. As long as he is perceiving the crypto-creature as an observer, we cannot ignore his intent to consciously capture the unseen orders of the world. The clue to this hypothesis was found in the artwork hereafter described. This exhibit presented black-and-white drawings on circular plates which could be rotated and even overlapped with each other as they vary in height. This allows countless variations. On one wall, the circles are installed together with a mural, foreshadowing that the creatures are soon to socialize with each other. On the mural, one creature molds itself following the shape of a circle, although there is no circular constraint there – very much akin to the drawings on the circular plates. The procedure in which Lee prepares drawings of creatures on circular plates have already entered the consciousness, and this indicates that he can no longer give birth to crypto-creatures in a subconscious state. In the realm before the drawing – the other realm that prepares the stage of conscious manifestation – we now see a creature that is forming itself into a circle. This represents the diagram of Lee's cognitive systemization.
If we accept that, in Lee’s artistic practice, Lee himself and the crypto-creature are in fact one and the same existence that respectively exists in the realm of consciousness and the subconsciousness, we can then see the striking similarity between Lee’s critical attitude towards the society at the time and his philosophical contemplation on the true nature of image. In conclusion, what is suggested here is the process of recognizing an image cannot be completed solely through the subconscious. Instead, it is a painstaking process of socialization, an interaction of the subconsciousness and the consciousness.
Crypto-creatures surround the man, or the man surrounds the crypto-creatures. Currently, the man seems to be in control. For Lee is precisely aware of who he is, that he is the one holding the pen. Lee has transcended the stage of illustrating crypto-creatures and is now attentively detecting minute changes in his attitude. Even now, the crypto-creature is ceaselessly differentiating, moving and evolving. Lee's creation has constantly been referred to as a ‘creature' in this review, yet it has absolutely no physical parts; for instance, it is impossible to collect specimens of similar species or analyze its DNA sequence. All clues that point to the future of this organic being can only be found within Lee's transparent and sharpened serenity.
Will he end up admitting that the crypto-creature, which has up to now been unambiguously labeled as the ‘other,' is, in fact, another manifestation of Lee himself which exists in another dimension? Alternatively, will he challenge new subconsicousnesses by purposefully sustaining the duality of his soul and resetting his consciousness every single time? Whatever direction it may take, there is no doubt that the creature is now entering a phase of evolution. Nevertheless, Lee knows better than anyone else that the concept of this ‘evolution' is not the same as ‘prog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