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순간_스르르
Nameless moment_Srrr
'무명의 순간_스르르'는 인식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겁니다.
한 장면을 이미지로 인식하기 바로 직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매 순간이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의 연속이라면, 그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는 이미지가 형성되기 전의 공간일 겁니다. 저는 그 공간으로 들어가 무언가 시작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 사이는 찰나의 시간이며 그곳에는 무한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경험한 이미지와 새로운 의식의 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의 힘으로 연결됩니다. 이미지는 크고 작은 맥락으로 포장되어 이야기를 만듭니다. 나는 경험한 일상의 장면을 그리며 색을 칠하고 이 이미지를 감쌌던 맥락의 포장이 서서히 벗겨질 때까지 반복해서 미디움을 바릅니다. 그렇게 나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찰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이루는 표면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은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전의 시간이며 동시에 다음 프레임을 준비하기 위한 순간입니다. 잔상처럼 남은 이미지는 과거의 장면이 되고 이 흔적을 조건 삼아 반응하며 현재를 준비하는 드로잉을 시작합니다. 선이 쌓이기도 하고 파편처럼 떠다니기도 하고 그러다가 일정치 않은 규칙과 패턴으로 율동이 만들어집니다. 결과물은 알 수 없고 미리 정하지도 않습니다. 종료 지점 없이 순환하는 과정의 드로잉을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인식하는 현재와 다가올 현재 사이의 장면을 바라보게 됩니다.
무언가 즐비하게 눈앞에 어른거린다.
크고 작은 무언가가 움직임 없이 놓여 있기도, 한순간 사라지기도,
어떤 변화의 힘을 품고 있는 양 웅크리며 기회를 옅보기도,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일까?
견고한 외형은 어느새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시작된다.
끊어질 듯, 연결될 듯, 표면을 따라 시선이 흐른다.
제각기 생명성이 있는 듯 기묘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며 무엇이라 명명하기 전에는 변화 없이 고요히 흘러간다. 거부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 무엇이라 인식한 순간, 무거운 문을 끊임 없이 열며 지나가는 일상이다.
이젠 익숙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낯선 곳이고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다. 옥죄는 시간 속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내 앞에 펼쳐진 장면을 바라본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수많은 이미지의 연속이다.
무심히 한 장면을 이미지로 인식할 때, 완전한 형상으로 여기기 바로 직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이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의 연속이라면 그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는 어떤 이미지 생성의 과정이 작동할까? 그럼 응축한 시간을 벌리고 펼쳐보자.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현재와, 새로이 인식하며 맞이하는 현재 사이로 들어가 보자.
그 사이는 찰나의 시간이며 그 곳에는 무한의 공간이 펼쳐진다.
경험한 이미지와 새로운 의식의 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의 힘으로 연결된다. 이미지는 크고 작은 맥락으로 포장되어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색을 칠하며 장면을 그리고 이를 감쌌던 맥락의 포장이 서서히 벗겨질 때까지 반복해서 미디움을 바른다. 그렇게 나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찰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이루는 표면 안으로 들어간다. 맥락에서 벗어나 명명되지 않은 무명의 순간으로 얽힘 없이 스르르 미끄러진다.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전의 시간이며 동시에 다음 프레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다. 잔상처럼 남은 이미지는 과거의 장면이 되고 이 흔적을 조건 삼아 반응하며 현재를 준비하는 드로잉을 시작한다.
무명의 공간은 이미지가 구축되기 전의 공간이다. 나는 여기서 무언가 시작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쫓는다. 직조하듯 선이 쌓이기도 하고 파편으로 떠다니기도 한다. 일정하지 않은 규칙과 패턴으로 호흡하며 율동의 리듬을 만든다. 결과물을 미리 예상하거나 정하지 않으며 이미지 잔상에 반응하며 생성의 과정이 일어난다. 종료점이 없는 순환하는 진행의 과정이다. 순간적으로 작동한 인식의 과정을 따라가는 추적의 드로잉을 시작한다.
_2022